필명, 적송에 대한 단상
추운 겨울, 해가 잘 드는 울진 어느 깊은 산골.
그 험한 남쪽 경사면에, 깊이 뿌리를 내리고 천천히 자라는 나무가 있다.
바람은 거세고 눈은 무겁지만, 적송(赤松)은 흔들려도 부러지지는 않는다.
느리게 자라지만, 곧게 자란다.
혹독한 환경에서 백 년 이상을 견뎌 내야, 적송은 비로소 금강송이 된다.
세월의 무게를 이겨낸 적송만이 궁궐의 대들보와 기둥이 되어 천 년을 버틴다.
돌아보면, 내 인생도 순탄치 만은 않았다.
늘 쉬운 길을 택하지는 못했고, 때로는 낯선 길을 돌아가기도 했다.
그때마다 사람들은 말했다. “왜 굳이, 그런 길을 가느냐”라고.
하지만, 지금은 안다.
모진 겨울을 견디는 동안 내 뿌리는 더 깊어졌고, 온갖 시련이 있었기에 나는 더 단단해질 수 있었다는 사실을.
청춘은 때로 흔들린다. 하지만, 너무 좌절하지는 마시라.
바르게 자란 나무는, 언젠가는 그에 맞는 자리를 만나게 되더라.